성경을 읽는 마음
성경을 읽는 일에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같은 성경을 펼쳐도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말씀은 지식이 되기도 하고, 판단의 도구가 되기도 하며, 생명의 양식이 되기도 합니다. 성경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닙니다. 성경은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는 사람은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앉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먼저 듣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너무 빨리 말하려 합니다. 이 말씀을 어떻게 설명할까, 어떻게 적용할까, 누구에게 들려주면 좋을까를 먼저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말씀 앞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듣는 자세입니다. 사무엘이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성도는 성경 앞에서 자기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말씀은 우리가 이용할 자료가 아니라 우리가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겸손한 마음이어야 합니다. 성경은 우리의 생각을 확인해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생각을 고치고, 우리의 죄를 드러내며, 우리의 길을 새롭게 하기 위해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이 말씀이 내 생각과 맞는가”만 묻지 말고, “내 생각이 이 말씀 앞에서 고쳐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말씀을 자기 뜻 아래 두지 않고, 자기 뜻을 말씀 아래 둡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회개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편안하게만 하지 않습니다. 때로 말씀은 우리의 숨은 죄를 찌르고, 정당화하던 욕망을 폭로하며, 익숙하게 붙들고 있던 교만을 깨뜨립니다. 그러나 말씀의 찌름은 우리를 멸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성도는 말씀 앞에서 드러나는 죄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죄가 드러나는 곳에서 회개가 시작되고, 회개가 시작되는 곳에서 은혜의 회복이 열립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그리스도를 찾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성경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단지 교훈만 얻고 그리스도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성경의 깊은 중심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율법은 우리의 죄와 그리스도의 의를 보게 하고, 제사는 십자가의 대속을 바라보게 하며, 예언은 오실 왕과 구원의 약속을 기다리게 합니다. 복음서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보여 주고, 서신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성도의 삶을 가르칩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언제나 묻습니다. 이 말씀은 나를 어떻게 그리스도께로 이끄는가.
성경을 읽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말씀은 차갑게 분석만 할 대상이 아닙니다. 물론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문맥과 원어와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경 연구가 사랑을 잃으면 말씀이 지식의 장식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주의 말씀을 사랑한다고 고백했습니다. 말씀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성도는 성경 안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고, 그분의 성품을 배우며, 그리스도의 은혜를 새롭게 발견합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순종하려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성경을 읽고 감동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말씀은 우리의 삶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용서하라는 말씀 앞에서는 용서를 배워야 하고, 사랑하라는 말씀 앞에서는 사랑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며, 거룩하라는 말씀 앞에서는 죄와 타협하지 않아야 합니다. 순종 없는 성경 읽기는 아직 마음의 문턱에 머문 읽기입니다. 참된 말씀 읽기는 발걸음을 바꾸고, 말투를 바꾸며, 선택의 방향을 바꿉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기다리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말씀의 열매는 언제나 즉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날은 말씀을 읽어도 특별한 감동이 없고, 어떤 날은 본문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씨앗이 땅속에서 조용히 자라듯, 하나님의 말씀도 성도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역사합니다. 성도는 조급해하지 않고 말씀 곁에 머물러야 합니다. 말씀은 때가 되면 생각을 새롭게 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고난 속에서 붙들 약속이 되고, 길 잃은 마음에 빛이 됩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기도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말씀이기에, 성도는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읽어야 합니다. “주님, 제 눈을 열어 말씀의 놀라운 것을 보게 하옵소서”라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말씀을 읽기 전에도 기도하고, 읽는 중에도 기도하며, 읽은 후에도 기도해야 합니다. 말씀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자리이고, 기도는 그 말씀에 우리가 응답하는 자리입니다. 말씀과 기도는 성도의 영혼을 하나님께 묶어 주는 두 숨결과 같습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자신을 낮추되 낙심하지 않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말씀 앞에서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자주 봅니다. 믿음이 작고, 사랑이 부족하며, 순종이 더딘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성도는 그 자리에서 낙심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의 연약함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의 은혜를 보여 줍니다. 말씀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은 은혜 안에서 다시 세워질 수 있습니다. 성경은 완벽한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은혜가 필요한 죄인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성경을 읽는 마음은 결국 하나님을 향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알고, 그리스도를 믿으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습니다. 성경을 펼치는 시간은 영혼이 하나님께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세상의 많은 말들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갑니다. 성경을 읽는 사람은 자기 삶을 말씀 앞에 열어 놓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제 마음을 말씀 앞에 낮추어 주옵소서. 말씀을 듣게 하시고, 말씀을 사랑하게 하시며, 말씀을 따라 살게 하옵소서.”
성경을 읽는 마음이 바뀌면 성경 읽기도 바뀝니다. 의무감으로만 읽던 말씀이 생명의 양식이 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본문이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가 되며, 익숙한 구절도 오늘의 영혼을 깨우는 음성이 됩니다. 성도는 말씀을 읽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말씀 앞에서 읽히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의 마음을 읽으시고, 고치시며, 새롭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오늘도 조용히 성경을 펼칩니다. 그곳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 그 말씀 안에서 영혼은 다시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