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토요일
계절을 지으시고 밤과 낮의 숨결을 고르게 하시는 하나님, 2월 14일 토요일을 제게 허락하시니 감사합니다. 한 주의 소음이 조금씩 잦아들고, 도시의 발걸음도 숨을 고르는 이 날에, 제 마음도 주님 앞에서 숨을 고르게 하옵소서. 겨울의 끝자락에 선 공기는 여전히 차갑지만, 그 차가움 속에 봄의 약속이 숨어 있음을 믿습니다. 창문 틈으로 스미는 햇빛이 어제보다 조금 더 길어진 것처럼, 주님, 제 믿음도 어제보다 조금 더 길어지게 하옵소서. 눈에 보이는 변화가 아직 미미해도, 땅 밑에서 씨앗이 조용히 깨어나듯, 제 영혼의 깊은 곳에서 주님의 은혜가 자라고 있음을 믿고 오늘을 시작합니다.
자비로우신 주님, 지난 날들의 제 마음을 돌아봅니다.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의 수고를 피했고, 이해한다 말하면서도 내 생각을 내려놓지 못했으며, 믿는다 고백하면서도 염려를 품고 잠들었던 밤들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따뜻해야 했는데 더 쉽게 차가워졌고, 작은 일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려 감사의 샘이 막히곤 했습니다. 주님, 제 안의 교만과 조급함과 무감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제 마음이 자주 내 중심으로 굳어질 때, 십자가 앞에서 다시 부드러워지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저를 씻어 주시고, 성령으로 제 속사람을 새롭게 하셔서, 말의 결이 거칠어지지 않게 하시고 마음의 방향이 주님께로 향하게 하옵소서.
주님, 토요일은 ‘사이’의 날 같습니다. 한 주를 마치고 다음 주를 앞두고, 끝과 시작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기 쉬운 날입니다. 어떤 날은 끝이 아쉬움으로 남고, 어떤 날은 시작이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주님, 제 삶의 끝과 시작을 모두 아시는 분은 주님이시니, 제가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불안이 내일을 먼저 삼키지 못하게 하시고, 후회가 어제를 붙잡아 놓지 못하게 하시며, 오늘 이 하루를 주님 앞에서 성실히 살게 하옵소서.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라 하셨사오니, 이 주말의 고요 속에서 말씀의 등불이 제 안에 다시 환히 켜지게 하옵소서.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원합니다. 제 눈을 지켜 주셔서 헛된 것을 좇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게 하시고, 제 귀를 지켜 주셔서 소문과 소음에 영혼이 마모되지 않게 하옵소서. 제 입술을 지켜 주셔서 누군가를 세우는 말이 흐르게 하시고, 제 마음을 지켜 주셔서 판단보다 긍휼이 먼저 자리 잡게 하옵소서. 사랑은 감정의 불꽃만이 아니라,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결단임을 알게 하시고, 오늘 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은 친절 하나라도 십자가의 향기로 건네게 하옵소서. 제가 누군가의 겨울 같은 하루에 작은 난로가 되게 하시고, 누군가의 마음에 등불 하나 켜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 가정과 관계를 위해 기도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차가워졌던 곳이 있다면 주님의 온기로 녹여 주옵소서. 말이 칼이 되어 상처를 남긴 자리에, 용서의 바람이 불게 하시고, “유순한 대답이 분노를 쉬게 한다” 하신 말씀처럼 부드러운 말이 화평의 길을 열게 하옵소서. 부모에게는 지혜와 온유를 주시고, 자녀에게는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주셔서, 가정이 서로를 이기는 곳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곳이 되게 하옵소서. 학생들과 청년들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주셔서, 성적과 결과가 자신을 규정하지 못하게 하시고, 주님의 부르심 안에서 담대히 걸어가게 하옵소서. 어르신들에게는 강건함과 평안을 주시고, 외로움이 찾아올 때마다 주님의 동행이 더 선명해지게 하옵소서. 병중에 있는 이들에게는 회복의 은혜를, 마음의 우울과 불안 속에 있는 이들에게는 하늘의 위로를 더하여 주옵소서.
주님, 내일 주일을 앞두고 제 마음을 준비하게 하옵소서. 예배는 몸만 옮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의 왕좌에서 내가 내려오고 주님을 모시는 일임을 알게 하옵소서. 주일이 ‘쉬는 날’이기 전에 ‘주님의 날’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오늘 이 토요일에 제 마음의 먼지를 털어 주일의 문을 깨끗이 열게 하옵소서. 제가 예배를 통해 무엇을 얻어가려는 사람만 되지 않게 하시고, 주님께 합당한 영광을 돌리려는 사람 되게 하옵소서.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기다리며, 주님 제 영혼도 기다림 속에 성숙하게 하옵소서. 변화가 더뎌 보여도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신뢰하게 하옵소서. 오늘 제가 드리는 기도와 작은 순종이 씨앗이 되어, 때가 되면 믿음의 열매로 맺히게 하옵소서.
저의 길을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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