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 하나님의 구속사는 이름 속에 있다
마태복음 1장 1절은 신약성경의 서문이자, 구속사의 핵심 주제를 응축한 문장으로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
이 짧은 문장은 단순히 한 사람의 족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구속사가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구약의 언약 구조 속에서 해석하도록 독자를 초청하는 선언입니다.
족보의 시작, 복음의 시작
마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 곧 복음을 시작하면서 복음서 최초의 문장을 "계보"로 시작합니다. 이 "계보"(헬라어: biblos geneseos)는 창세기(Genesis)를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단순한 혈통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 새로운 시작을 암시합니다. 이는 예수 안에서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고 있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두 인물, 아브라함과 다윗은 각각 구속사의 두 기둥과 같습니다. 아브라함은 창세기 12장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언약을 받은 인물입니다. "너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얻을 것이라"는 약속(창 12:3)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됩니다. 따라서 마태는 예수가 단지 유대인의 왕일 뿐 아니라, 열방을 위한 구속주라는 점을 족보 서두에서부터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다윗은 이스라엘의 이상적 왕이자, 메시아의 표상이 된 인물입니다. 사무엘하 7장에서 하나님은 다윗의 왕위가 영원히 견고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마태는 예수가 다윗의 후손으로서 이 언약을 성취하신 분임을 분명히 합니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단순한 가계도가 아니라, 구속사의 성취를 선언하는 신학적 선언입니다.
이름에 담긴 구속사적 메시지
히브리 문화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의 정체성과 사명을 드러냅니다. "예수"는 히브리어 "여호수아"의 헬라어형으로,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라는 뜻입니다. 마태는 1장 21절에서 천사의 말을 인용하여 이 이름의 의미를 밝힙니다.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예수의 이름은 그분의 존재 목적, 곧 죄에서의 구속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헬라어: Christos, 히브리어: Mashiach)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곧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자를 뜻합니다. 이 칭호는 예수의 공적 사역, 특히 메시아로서의 정체성을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마태는 1장 1절에서부터 예수가 약속된 메시아이며, 이스라엘의 왕이자 전 인류를 위한 구속자라는 점을 천명하는 것입니다.
언약의 계승과 하나님의 신실하심
마태는 이 족보를 통해 하나님의 언약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이어져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창 12장), 다윗에게 주신 언약(삼하 7장), 그리고 이사야를 통해 예언된 임마누엘(사 7:14)의 약속이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잊지 않으시고, 끝까지 언약을 성취하시는 신실하신 분이심을 보여줍니다.
특히 바벨론 포로 시기는 이 족보 가운데 단절처럼 보이지만, 마태는 그 안에도 하나님의 섭리가 흐르고 있었음을 드러냅니다. 이는 우리가 인생의 절망과 침묵의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속사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합니다.
결론
마태복음 1장 1절은 단순한 소개 문장이 아니라, 구약의 언약이 신약에서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학적 선언입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으로부터 이어져 온 언약의 계보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절정을 이루며, 그 이름 속에는 인류 구속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역사의 실타래를 풀어내듯 이어져 왔고, 오늘날 우리 또한 그 계보의 연장선 안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이 족보를 묵상할 때, 우리는 단순한 과거 이야기를 넘어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름, 예수 그리스도 안에 담긴 구원의 복음이 우리의 삶을 견인하고 있음을 믿고 고백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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