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9일 수요일

마태복음 1:6하-11절 솔로몬부터 바벨론포로까지

 

인간 왕조의 영광과 몰락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신실하심

마태복음 1장 6절 하반절부터 11절까지는 다윗의 후손들, 곧 이스라엘의 왕들이 등장하는 구간입니다. 이 부분은 한 나라의 정치사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역사기록을 넘어, 언약 백성의 타락과 심판, 그리고 여전히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인내와 신실하심을 드러내는 구속사적 실루엣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불성실함에도 불구하고 언약을 저버리지 않으시며, 때로는 심판을 통해 정결케 하시고, 다시금 그분의 구속계획을 이어가십니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솔로몬은 르호보암을 낳고...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갈 때에 여고냐와 그의 형제들을 낳으니라." (마 1:6하~11)

이 구절은 다윗 왕조의 시작에서부터 바벨론 포로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영광과 몰락이 교차하는 시기를 다루며, 그 속에 일하시는 하나님의 구속적 섭리를 우리에게 말해 줍니다.

다윗의 죄와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 마태는 여기서 놀라운 표현을 사용합니다. 보통 족보에서는 아내의 이름을 언급할 때, 남편의 이름과 함께 명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마태는 굳이 ‘밧세바’라는 이름 대신 ‘우리아의 아내’라고 표현함으로써, 다윗의 죄를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이는 구속사의 계보 속에 인간의 부끄러운 과거가 삭제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가 그 위에서 어떻게 역사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사용된 헬라어 표현 ἐκ τῆς τοῦ Οὐρίου는 단지 출신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아에게 속했던 여자’라는 의미로서, 아직까지도 그녀가 원래 누구의 아내였는지를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다윗의 범죄를 숨기지 않으시고, 그 위에 은혜를 덧입히시는 분이십니다. 다윗은 회개하였고, 그 죄의 자리에서 태어난 솔로몬을 통해 오히려 하나님의 언약이 이어집니다. 이 장면은 구속사가 죄 없는 이들만의 연대가 아니라, 회개한 죄인을 통해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언입니다.

왕들의 연대, 실패와 반역 속에서도 흐르는 언약의 맥

솔로몬에서 르호보암, 아비야, 아사, 여호사밧, 요람, 웃시야, 요담, 아하스, 히스기야, 므낫세, 아몬, 요시야, 여고냐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왕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이들의 생애를 구약의 열왕기와 역대기를 통해 살펴보면, 일부는 경건했으나 대부분은 악행을 저질렀고, 우상숭배와 백성의 타락을 조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계보는 끊기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아하스는 유다의 왕 중 가장 타락한 왕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아람과 이스라엘의 위협 앞에서 앗수르에게 도움을 청하고, 성전의 구조를 바꿔버릴 정도로 하나님의 예배를 무너뜨렸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를 제거하지 않으시고 히스기야라는 신실한 아들을 주셔서 왕조를 이어가십니다.

히스기야는 종교개혁을 통해 우상을 제거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회복시킨 왕이었습니다. 그의 개혁은 아버지의 죄악을 씻어내는 정결의 상징이었으며, 이는 구속사 속에서 ‘남은 자’를 통한 회복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늘 남은 자를 통해 당신의 약속을 보존하시며, 이 계보 안에서도 이 원리는 반복됩니다.

므낫세는 다시 최악의 죄를 저지르며 유다를 영적으로 황폐화시켰고, 요시야는 다시 신앙개혁을 이끕니다. 이처럼 마태가 나열하는 이 족보는 선과 악, 회복과 타락이 교차하는 흐름 속에서도, 하나님의 언약이 결코 꺾이지 않고 흐르고 있음을 증언하는 구속사의 흐름입니다.

바벨론 포로, 심판 가운데 나타난 하나님의 정결케 하심

이 족보의 절정은 여고냐와 그 형제들, 그리고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갈 때’라는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벨론 포로 사건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 가장 큰 심판이자, 동시에 하나님의 백성을 정결케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마태는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갈 때"(헬: ἐπὶ τῆς μετοικεσίας Βαβυλῶνος)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이 사건이 단순한 정치적 포로가 아니라, 신학적 전환점임을 강조합니다. ‘메토이케시아’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정착지의 상실과 함께 삶의 근거가 무너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심판이었지만, 동시에 언약의 백성을 정결케 하시는 하나님의 정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여고냐는 예레미야서에서 '자식 없는 자', '절대로 번성하지 못할 자'로 선포된 바 있습니다(렘 22:30).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완전히 끊지 않으시고, 이후 그의 후손인 스알디엘과 스룹바벨을 통해 계보를 이어가십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심판 중에도 새로운 싹을 틔우시는 분이심을 나타냅니다. 바벨론 포로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새 창조를 위한 ‘리셋’이었습니다.

이 계보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인간의 죄악과 역사 속의 고난이 하나님의 구속 계획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인간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빛나는 방식으로 성취되어 갑니다.

결론

마태복음 1장 6절 하반절부터 11절까지는 다윗 왕조의 영광과 타락, 회개와 회복, 그리고 심판과 정결의 드라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구속사의 거울입니다. 이 족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인내와 신실하심, 그리고 회개한 자를 다시 쓰시는 은혜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다윗의 죄처럼 부끄러운 과거가 있을 수 있고, 므낫세처럼 하나님 앞에 죄악을 쌓아 놓았던 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모든 흐름 속에서도 당신의 언약을 이루어가시는 분이십니다. 바벨론 포로처럼 모든 것이 무너진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도, 하나님은 새 출발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계보 속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계보는 완전한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라, 은혜에 붙들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그 계보에 속한 자로서, 그분의 신실하심을 붙들며 오늘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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